‘대학병원급 의술에 개인병원급 서비스’

국내 처음으로 간(肝)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이 문을 열었다. 화제의 병원은 지난 2월 15일 서울 청담동에서 개원한 우리들내과병원(http://www.ezliver.comㆍ원장 안수열). 10층 건물로 65병상을 갖춘 이 병원은 2년 간의 준비 끝에 간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진료를 시작했다.

우리들내과병원은 간 진료에 있어서 대학병원급의 의술을 제공하되 서비스에 있어서는 개인병원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약 10%가 간염 보균자이며 매년 1만여명이 간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 전문병원의 등장은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간 환자에 대한 의료환경을 한 단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는 간 전문 내과 전문의 3명, 내분비 전문 내과 전문의 1명, 방사선과 전문의 1명 등 모두 5명으로 구성됐다. 안수열(44) 원장은 “병원이 자리잡는 대로 진료 의사와 연구를 담당할 의사를 충원하고 입원시설도 90병상 규모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4년 간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한 안 원장은 국내 간 질환 분야 권위자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음은 안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어떤 질환을 어떻게 치료하나.

“간염, 간경변, 간암 등 간 질환은 모두 진료한다. 간염은 외래에서 항(抗)바이러스제제로 약물치료를 시행하며 간에 좋은 식품도 처방한다. 간경변도 대학병원처럼 약물치료가 주를 이루되 면역증강제나 간에 좋은 식품을 폭넓게 사용한다. 간암의 경우 알코올 주입법, 동맥색전술, 마이크로웨이브치료, 고주파치료 등을 시행한다.”

-- 수술 등 외과적 치료는 하지 않나.

“내과병원인 만큼 수술은 하지 않는다. 간암 환자들 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 또 수술은 간기능 장애를 동반한 환자에게 합병증이 따를 수 있고 재발률도 높아 크게 권장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물론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보낸다. 간 이식 등 수술은 고도의 팀워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진료 수준은.

“대학병원과 동급의 진료를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특히 5㎜ 크기의 간암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혈관조영영상실을 갖추고 있으며 6㎝ 크기의 간암 조직을 한 번에 응고시킬 수 있는 마이크로웨이브 조직응고기를 구비했다. 대학병원에서도 보기 힘든 첨단시설들이다.”

-- 간 질환 외에 다른 환자는 보지 않나.

“간 전문병원이지만 인근 지역주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을 위해 흔한 내과질환을 진료한다.”

-- 대학병원과는 어떻게 다른가.

“14년 간 대학병원에서 간 환자를 진료한 내 경험에 비춰 보면 대학병원은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한 치료가 힘들고 치료를 위해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게 예사였다. 진료과도 내과, 외과, 방사선과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 관련 과들의 협진(協診)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고 투약시에도 병원 내 약무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약만 사용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우리 병원은 개인병원인 만큼 대학병원의 이같은 단점과 번거로움을 모두 없애고 환자를 가족처럼 신속, 세밀하게 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연구활동은 어떻게 하나.

“의사가 참여하는 부설 간 연구소를 운영,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연구활동을 할 방침이다. 간염 치료용 백신 개발 등 여러가지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미 동물실험을 마친 것도 있다. 교육기능도 담당해 보훈병원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들을 파견받아 수련시킨다.”

-- 외국 간 전문병원과 교류하나.

“파리 외곽에 있는 간 전문병원과 협력하고 교류하기로 했다.”

-- 간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간 환자들은 귀가 얇아 간에 좋다는 소문이 난 것을 무분별하게 먹고 상태가 더 악화되는 수가 많다. 의사를 믿고 미신적 치료법 대신 과학적 치료법을 따라줬으면 한다.”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대우 ckkim@chosun.com)
2003.03.13. 17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