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안수열 우리들내과병원장)-전신 면역력저하 감염 주의


독감.폐렴 미리 예방접종... 복수찰땐 휴식.저염식을

보름전의 일이다. 갓 결혼했을 것 같은 젊은 부부가 외래를 찾아 왔는데 환자로 보이는 남편은 20대 후반으로 모든 부모가 염원하는 S대를 나오고 이공계 K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장래가 촉망되는 친구였다.
부부는 일주일 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평소 피로감이 최근에 와서 더 심해지고 잇몸 출혈도 종종 있어 집 가까운 개인의원에서 진찰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검사결과 간에 이상이 있으니 큰 병원을 가라고 해서 필자에게 오게 됐는데 개인의원에서 검사한 혈액검사와 간기능검사를 보니 한눈에 간경변증임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건강진단을 받을 기회가 없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기회는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정이 있어 검사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참 딱한 일이었다. 간경변증이란 병은 이 환자의 경우와 같이 한사람의 장래에 큰 걸림돌이자 집안의 걱정거리로 늘 자리 잡게 된다.
간경변증의 치료는 적절한 영양공급과 휴식이 기본이며 술을 마시지 않고 약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파괴된 간의 재생을 위해 균형있는 식생활이 필요한데 고단백, 적절한 칼로리, 고비타민식이 추천된다.
간질환에는 지방식이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황달이 없는 경우에는 지방을 제한 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영양에 균형을 맞춘 음식으로 자유롭게 먹는 것이 좋다. 식후 1시간 정도는 옆으로 누워 있는 것이 좋고 식후가 아니라도 휴식시간에는 옆으로 눕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옆으로 눕게 되면 간으로 유입되는 혈류량이 증가돼 간기능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가 있을 때는 우선 휴식과 저염식(소금 3 g/day 이하)이 좋다. 증상이 없는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는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며 정상적인 부부생활도 제한할 필요가 없다. 또한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운동도 가능하다.
그리고 8∼10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고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도록 과로를 절대 피해야 한다. 경과 중 간 기능이 악화되거나 황달이나 복수 등 간부전증상이 나타나면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특히 말기 간경변증 환자는 장기간 식욕부진과 복부팽만으로 식사를 제대로 못하면 입원하여 적절한 영양공급을 받는 것이 좋다.
간경변증환자는 전신의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감기 등 감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거나 독감, 폐렴 등의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처음엔 식욕부진.복부팽만.체중감소... 악화되면 황달.복수 까지

흔히 간경화라고 부르는 간경변증은 문자 그대로 간이 딱딱해지고 작아져서 그 기능을 잃게 되는 병이다. 간은 약 3,000억 개 이상의 간세포가 있고 500 가지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간세포를 연결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을 결합조직이라고 하는 섬유성분인데 만성 간염으로 염증이 반복해서 일어나거나 술·약물 등으로 계속해서 간이 손상 받으면 정상 간세포들이 파괴되고 다시 재생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정상 간세포가 줄어들게 된다.
이 부위에 딱딱한 섬유질이 들어차서 간 전체에 광범위하게 흉터가 생겨 간이 울퉁불퉁하고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렇게 되면 간의 구조가 바뀌어 원래대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되는데 이렇게 원래대로의 복귀가 되지 않은 상태가 간경변증이다.
간경변증의 증상은 간경변증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간경변증이라도 초기에는 남아 있는 부분의 기능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증상이 없다. 이 시기를 ‘대상기 간경변증’이라고 한다.
반면 간이 그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없게 돼 복수나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시기를 ‘비대상기 간경변증’이라고 하는데 대상기로부터 비대상기로 진행되면 차츰 식욕 부진·체중 감소·피로감·복부 팽만감·오심·구토·설사·성욕저하, 특히 여성에서는 월경 불순·불임·황달·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경변증 특유의 증상은 처음에는 간기능의 저하에 의한 증상이 주로 나타나지만 이윽고 간으로 흘러 들어가는 혈관(문맥)이 압박돼 일어나는 증상(문맥압 항진증)이 나타나게 된다.
△거미상 혈관종:피부의 모세혈관이 부풀어 올라 작은 혹으로부터 방사상으로 좁은 혈관이 퍼져 마치 작은 붉은 거미가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상반신·목 등에 여러 개씩 발생한다.
간경변증 환자의 30∼60%에서 관찰된다. 간기능이 저하돼 호르몬의 처리가 충분히 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장홍반:손가락 끝이나 손바닥의 도톰한 부분이 붉게 되고 가운데가 하얗게 된다. 이것도 호르몬의 작용에 따른 것으로 간경변증 환자의 20∼30%에서 관찰된다.
△여성화 유방:남성의 유방이 여성의 유방과 같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간에서 처리돼야 할 여성 호르몬이 처리되지 않아서 생긴다. 그 밖에도 고환의 위축, 성욕의 감퇴, 음모나 액모 등의 감소도 볼 수 있다.
△손톱의 변화:손톱에 하얀 줄기가 나타난다. 이것은 간장에서 만들어진 알부민이 감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신장병인 네프로제증후군의 경우에도 볼 수 있다.
△출혈 경향:코피나 잇몸에서의 출혈이 보이며 좀처럼 멈추지 않고 피하출혈을 일으키기도 한다. 간장에서 만들어지는 혈액을 응고시키는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다.
△복부 팽만:배가 부풀어 오르면서 가스가 차게 된다. 장내의 가스는 혈액에 녹아 들어 처리되는데 장에서 간으로 연결되는 혈관(문맥)이 압박되면 혈액으로 흡수 되지 않아서 복부가 팽만해지고 가스가 차게 된다.
△복수와 부종:배에 물이 차서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개구리 배처럼 되고 온 몸이 붓게된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 성분, 특히 알부민이 혈액 중에서 감소한 결과 수분이 혈관으로부터 스며 나와 복강에 쌓이는 것이 원인이다.
△정맥류:문맥이 좁아져서 식도, 위, 항문 등으로 우회된 정맥이 부풀어 혹(정맥류)을 만들게 되는데 항문에 생긴 정맥류에 의해서 통증이 생기고 치질이 악화된다. 한편 식도와 위에 발생한 정맥류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고 터졌을 경우에 대량 출혈을 일으켜서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간성뇌증: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말이 어눌해지며 동작이 느려지는 등의 증상을 시작으로 치매나 정신병과 같은 이상한 행동을 한다. 새의 날개 짓과 같이 양팔을 벌리기도 하며 꾸버꾸벅 조는 것 같으면서 곧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것은 장내에서 발생한 암모니아와 메탄 등의 유해물질이 간에서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뇌에 도달해서 뇌가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증상이다.
전문의들은 간경변증을 진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황달, 복수, 비장이 큰 것(비장종대)이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꽤 병세가 진행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좀더 조기에 발견돼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2003년 8월 19일 보건신문 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