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양미경 기자
도움말/우리들내과병원 안수열 원장


언젠가부터 여러 가지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일명 폭탄주가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술자리가 인간관게의 모든 것이라고 할정도로 많은 술을 마시는 우리나라 사람들. 여기에다 각종 술을 짬뽕해 마시는 폭탄주까지. 섞어 마시는 술이 건강에 특히 위해한 이유를 알아본다.


폭탄주는 1970년대 미국의 항구 노동자들 사이에서 성행한 음주문화로 돈이 없어 술을 많이 마실 수 없는 노동자들이 빨리 취하기 위해 싸구려 위스키와 맥주를 혼합해 마신 것이 유래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검사들의 술자리 문화로 유행하게 되었고, 빠른 취기 탓에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말실수를 해 많은 문제를 낳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집단의 술자리에서 뿐만이 아니라 젊은이에게도 이러한 술 문화가 확산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이름의 폭탄주 속속 등장

술을 섞어 마시는 혼합주의 원조인 폭탄주는 양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십세주(백세주에 소주를 섞은 술)라는 이름의 혼합 술이 2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등 새로운 이름의 폭탄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그 외에도 금테주(양주에 이온음료를 섞은 술), 드라큘라주(포도주에 위스키를 섞은 술), 황제주(드링크류에 위스키를 섞은 술)등도 만연하고 있다.
우리들내과병원의 안수열 원장은 “폭탄주가 다른 술을 마시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건강을 특별히 해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폭탄주를 마시게 되면 만취해 자제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건강을 더 해치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폭탄주는 특성상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게 돼 알코올이 간에서 분해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섭취를 하게 된다. 이럴 경우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폭탄주의 알코올 농도는 20도 내욀 체내흡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합니다. 또한 맥주의 탄산가스로 인해 위장에서 소장으로 들어가는 유문을 확장시켜 위에서 알코올이 분해되지 않고 빨리 소장에 도달함으로써 알코올 흡수는 더욱 빨리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빠르게 올라가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안수열 원장은 이야기한다.

술은 일종의 소독약 개념 포함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그 자체에 소독약의 개념이 있어 단백질의 성질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따라서 알코올을 섭취하면 단백질로 구성된 위 점막을 손상시켜서 급성위염을 유발하고, 위산분비를 촉진해서 위궤양을 야기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전하는 안수열 원장은 “폭탄주가 위해한 이유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양주나 소주를 단일하게 마시는 것보다 술이 순해서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또한 술이란 에틸알코올과 물 그리고 제조과정에서 술맛을 내는 아미노산, 미네랄 성분, 색깔, 향기에 관여하는 첨가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술을 섞게 되면 술 안에 포함된 제조과정의 첨가제들이 서로 반응하여 숙취가 심해지고 오래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폭탄주를 마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강을 생각하며 마냥 거부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일단 자신의 적정 주량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참고적으로 성인의 간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하루 알코올 양은 40g-50g이며, 술은 120mg.kg/hr씩 분해된다. 이 공식에 대입시켜 보면 몸무게 70kg의 성인은 1시간당 8.4g(0.12g x 70kg)씩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소주 한 병에 포함된 알코올의 양은 80g 정도가 되므로 소주 반병을 마셨을 때 5-6시간이 지나야 알코올이 완전히 분해된다는 이야기다. 폭탄주는 알코올 농도가 20도 내외이므로 2-3잔 정도가 평균 적정 양이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술 마시더라도 알코올 흡수를 천천히 하는 방법으로

폭탄주를 마시게 되더라도 간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해야한다.
첫째,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거나, 술 마시기 전 음식을 섭취하여 공복을 없애도록 해야한다. 공복에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 흡수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알코올의 장내흡수를 저하시키기 위해 가능하면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따라서 원 샷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번에 한 잔의 술을 입에 모두 털어 넣는 방식은 무엇보다 나쁘다.
셋째, 술과 함께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게 되면 줄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취기를 더 돋우고 간과 폐의 손상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다.
넷째, 활성산소를 저하시키기 위해 술을 마신 후에는 커피나 녹차를 마신다. 이는 다음날 숙취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섯째, 알코올 성분을 희석시키기 위해 가급적이면 술을 마시는 중간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여섯째, 한 번 과음한 후에는 3일정도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에 따라 알코올성 간 질환에 취약한 정도 달라

“대개 소주 반병에서 한 병의 알코올을 매일 10년 마시면 알코올성 간 질환이 오기 쉽습니다. 만성음주자의 90%이상이 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지고 있고, 알코올성 간염은 10-15%,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10-18%를 차지합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자와 만성 C형 간염환자는 알코올성 간장질환에 취약합니다. 여자는 체구가 작고, 남자에 비해서 지방이 많아서 술을 희석될 수 있는 체액의 양이 적고 위에서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라고 안수열 원장은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지방간이 나타날 수 있고,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계속 진행될 경우 지방이 침착된 간세포가 파괴되며(지방괴사), 알코올성 간염등이 유발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은 더 악화되어 간경변을 초래하기도 하나 다시 경과가 좋아져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간경변은 더욱 악화될 경우 간 기능 손상을 초래하여 의식을 잃거나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한다.
물론 술자리는 때론 사람들과의 소통을 더욱 극대화 시켜주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술을 먹는 상황은 결코 관계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할 것이다. 술을 마시더라도 지혜로운 주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